[2013.08.12] 영월 별마로 천문대

20130812

Samsung NX20, 30mm F2.0, 18-55mm 번들


2013년 오늘,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보러 별마로 천문대에 갔었다.

어릴적부터 항상 천문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아직 개강은 멀었으니 가려면 지금 가자는 생각이었다.


며칠 전부터 날씨를 계속 확인했고, 당일이 되었다.

밤을 샐 각오로 침낭을 챙겨서 왕복 기차표를 끊고 봉래산을 등산할 계획이었으나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살인적인 더위에 포기하고 택시로 정상에 도착했었다.

낮 시간과 요기는 천문대에서 해결했다.


정상은 바람이 많이 불어 모기류는 없었고, 저녁이 되자 선선했다.

하지만 벌이 굉장히 많았고, 팅커벨급 나방과 기타 손바닥만한 곤충류가 달라붙는건 좀 무서웠다.


패러글라이딩장으로도 쓰이는 봉래산 정상.


달과 도시의 광해때문에 관측에 어려움이 있었다. 반대편으로 이동했어야 했지만 벌이 워낙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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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차를 끌고 가족단위로 사람들이 왔다.

별똥별을 보러 온 사람들도 있고, 천문대의 관측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


밤이 되자 보이는 별.


천문대에서 쏜 지시 레이저의 모습. 은하수가 살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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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보이는 은하수의 모습은 생애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별을 그토록 많이 본 적은 어릴적 천문대에 간 이후 처음이었다.

그때보다 이곳은 광해가 심하지만, 지금은 여름이어서 은하수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감동이었다.


찍은 사진들은 정말이지 맘에 들지 않는다. 눈으로 본 풍경이 훨씬 아름다웠다.

카메라가 좋지 않아 노이즈가 심해서(이건 진짜),

초보던 때라(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조작이 서툴러서,

천체 촬영 지식이 부족해서, 초점이 안맞아서 등등 변명을 해본다.


은하수 중심부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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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기다리자 별똥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개중엔 정말 희미한 것도,

진짜 밝아서 사람들이 탄성을 지를 정도로 빛나는 것도 있었다.

내가 본 것중에 제일은 어찌나 거세게 불타는지 확 밝아지며 불티마냥 붉은 빛을 내던 별이었다.

보통의 것이 1초안에 사라지는데 비해 그것은 3초 이상 빛을 냈다.


하지만 카메라는 앵글이 항상 엉뚱한 곳에 있거나 초점이 맞지 않아,

사진은 거의 건지지 못했다.


그나마 건진 사진들 (중앙)


중앙부, 중앙 우측.

우측 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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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시가 조금 지나자 안개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늘은 삽시간에 별 하나 보이지 않게 변했고, 사람들은 차를 타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혼자서 밤을 새리라 기세좋게 왔건만,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결국 퇴근하시는 천문대 직원분의 차를 얻어타게 되어 산을 내려왔고,

새벽 기차를 발권하여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창 밖을 봤지만 별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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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에 갈 여유가 없어 아쉬운 마음에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그때 산을 내려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혹시나 새벽에 안개가 걷혔을지, 그래서 정말 많은 유성우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졸업하고 나면 꼭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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